중력의 햇살, 황인숙 시도 읽는다.

이제 그만 아파도 될까
그만 두려워도 될까
눈물 흘린 만큼만 웃어봐도 될까
(양달 그리운 시간)

삶이란 원래 
슬픔과 고뇌로 가득 찬 거야
그걸 알아챈 이후와 이전이 있을 뿐
(양달 그리운 시간)

우리 모두 얼마나
연약하고 슬픈 존재인가
(양달 그리운 시간)

한겨울에 버려진 고양이에
그 고양을 품어 안고
저희 사는 모자원에 숨어드는 어린 남매에
그리고 타블로 氏에
콩닥콩닥 뛰는 
모든 가슴에

따뜻하고 노란 햇빛
졸졸졸 쏟아져라
조리개로 살뜰하게 뿌리듯
중력의 햇살 나려라

알고도 무시한 우리, 그러나 결국 불을 켠 우리, 영화 <스포트라이트> 영화도 보고,


이런 걸 보도 안하면 그게 언론인입니까?, 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자존심이나 남의 시선 같은 것보다는 기사가 될 만한 이야기를 찾는 게 훨씬 중요하고, 83달러를 줘서라도 아니 있는 돈을 다 줘서라도 증거를 복사하고, 주말에도, 이른 시간에도, 늦은 새벽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고, '이런 걸 보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가족의 신념이라는 아주 조그맣고 단단한 틀, 혹은 '도시', '체계', '종교'와 같은 아주 크고 거대한 틀 속에서 잡아 먹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틀도 깨부수고 영리하고 신중하게 진실을 내놓는 스포트라이트 팀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졸였다.
성당 무대 위에 선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캐롤 소리가 슬프게 울릴 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최종 신문이 나올 때,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사샤의 할머니가 최종 기사를 읽으며 물 한 잔을 달라고 말씀하실 때,
신문이 나가고 난 후, 피해자 제보 전화들이 오전부터 쉴 새 없이 빗발칠 때.
그 모든 장면들에 숨이 막혔다.
모든 것을 묵인했던 성당의 최고 위치에 있던 로 추기경이 다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당으로 재발령 됐다는 사실이, 다음 지역에서도 엄청난 스캔들이 터졌고 그것은 거의 전세계에 달하는 수치라는 사실이,
시스템 자체가 썩어 빠져버렸고, 지금조차도 그것은 진행되고 있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것이
검은 화면에 흰 문장으로 덤덤하게 펼쳐졌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다.

[last lines]

Title Card: Over the course of 2002, the Spotlight team published close to 600 stories about the scandal.

Title Card: 249 priests and brothers were publicly accused of sexual abuse within the Boston Archdiocese. The number of survivors in Boston is estimated to be well over 1,000.

Title Card: In December 2002, Cardinal Law resigned from the Boston Archdiocese. He was reassigned to the 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in Rome, one of the highest ranking Roman Catholic churches in the world.

Title Card: Major abuse scandals have been uncovered in the following places: Albany, NY, Altoona, PA, Anchorage, AK, Anchorage, KY, Baker, OR, Baltimore, MD, Billings, MT, Bridgeport, CT, Briscoe Memorial, WA, Brooklyn, NY, Burlington, VT, Camden, NJ, Cape Girardeau, MO, Charleston, SC, Chicago, IL, Cincinnati, OH, Cleveland, OH, Collegeville, MN, Conway Springs, KS, Covington, KY, Dallas, TX, Davenport, IA, Denver, CO, Detroit, MI, Dubuque, IA, East Greenwich, RI, El Paso, TX, Fairbanks, AK, Fall River, MA, Fargo, ND, Farmington, IA, Fort Worth, TX, Gallup, NM, Goshen, NY, Grand Mound, IA, Grand Rapids, MI, Greenbush, MN, Hannibal, CT, Helena, MT, Honolulu, HI, Indianapolis, IN, Jackson, MS, Joliet, IL, Kansas, City, KS, Kansas, City, MO, Lincoln, NE, Los Angeles, CA, Los Gatos, CA, Louisville, KY, Manchester, NH, Marietta, GA, Marty Indian School, SD, Memphis, TN, Mendham, NJ, Miami, FL, Milwaukee, WI, Mobile, AL, Monterey, CA, Nashville, TN, New Orleans, LA, New York, NY, Oakland, CA, Omaha, NE, Onamia, MN, Orange, CA, Palm Beach, FL, Peoria, IL, Philadelphia, PA, Phoenix, AZ, Pittsburgh, PA, Portland, OR, Providence, RI, Raleigh, NC, Richmond, VA, Rochester, NY, Rockville Centre, NY, Rosebud Reservation, SD, Sacramento, CA, San Antonio, TX, San Bernardino, CA, San Diego, CA, Santa Barbara, CA, Santa Fe, NM, Santa Rosa, CA, Savannah, GA, Scranton, PA, Seattle, WA, Spokane, WA, Springfield, MA, St. Francis, WI, St. Ignatius, MT, St. Louis, MO, St. Michael, AK, St. Paul/Minneapolis, MN, Stebbins, AK, Stockton, CA, Tucson, AZ, Wellesley, MA, Wilmington, DE, Worcester, MA, Yakima, WA, Yuma, AZ, Adelaide, Australia, Akute, Nigeria, Antigonish, Canada, Arapiraca, Brazil, Auckland, New Zealand, Ayacucho, Peru, Ballarat, Australia, Bass Hill, Australia, Bathurst, Australia, Berazategui, Argentina, Berlin, Germany, Bindoon, Australia, Bo, Sierra Leone, Bontoc, Philippines, Brits, South Africa, Bruges, Belgium, Buenos Aires, Argentia, Caen, France, Canberra, Australia, Cape Town, South Africa, Cebu City, Philippines, Chatham, Canada, Chimbote, Peru, Christchurch, New Zealand, Ciudad de México, México, Comillas, Spain, Cottolengo, Chile, Cuacnopalan, Mexico, Curracloe, Ireland, Dandenong, Australia, Dublin, Ireland, Edinburgh, Scotland, Feilding, New Zealand, Flawinne, Belgium, Franca, Brazil, Gortahork, Ireland, Goulbara, Australia, Grenada, Spain, Hamilton, New Zealand, Hobart, Australia, Hollabrunn, Austria, Igloolik, Canada, Kilnacrott, Ireland, Kircubbin, Northern Ireland, Latticefield, Australia, Letterfrack, Ireland, London, England, Lota, Ireland, Maipú, Chile, Manchester, England, Manila, Philippines, Mariana, Brazil, Masterton, New Zealand, Medellín, Colombia, Melbourne, Australia, Melipilla, Chile, Mérida, Venezuela, Middlesbrough, England, Mildura, Australia, Mittagong, Australia, Monageer, Ireland, Morisset, Australia, Morón, Argentina, Mount Isa, Australia, Munich, Germany, Nairobi, Kenya, Naval, Philippines, Neerkol, Australia, Newcastle, Australia, Ngong, Kenya, Ollur, India, Ottre, Belgium, Paraná, Argentina, Perth, Australia, Pilar, Argentina, Poznan, Poland, Preston, England, Quilicura, Chile, Quilmes, Argentina, Rab, Croatia, Reading, England, Frickhofen, Germany, Rio de Janeiro, Brazil, Rufisque, Senegal, Saint-Jean-de-Maurienne, France, Salta, Argentina, San Luis Potosí, Mexico, Santiago, Chile, Santo Domingo, Dominican Republic, Sherbrooke, Canada, Silverstream, New Zealand, Soni, Tanzania, St. John's, Canada, Sydney, Australia, Toowoomba, Australia, Trondheim, Norway, Tubay, Philippines, Wagga Wagga, Australia, Wexford, Ireland, Wilno, Canada, Wollongong, Australia


배런은 영화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가끔 쉽게 잊지만,
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
제가 이 회사에 오기 전은 모르겠지만
모두 좋은 보도를 하고 계세요.
독자들에게 즉각적이고 큰 영향을 주는 보도,
제겐 이런 기사가 이 일을 하는 이유죠.
한숨 돌릴 순간이 필요하시면, 돌리세요.
하지만 월요일 아침엔 돌아와서 집중하고,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실 준비가 되셔야 해요."

"Sometimes it's easy to forget that we spend most of our time stumbling around the dark. Suddenly, a light gets turned on and there's a fair share of blame to go around. I can't speak to what happened before I arrived, but all of you have done some very good reporting here. Reporting that I believe is going to have an immediate and considerable impact on our readers. For me, this kind of story is why we do this."

내 삶 전체를 반추하게 되는 대사였다.
탓할 것들이 많아질 때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자주 넘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갑자기 불이 켜질 때마다 우린 우리의 어둠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 되면 돌아와서 집중하고, 내 할 일을 제대로 해낼 준비를 해야 한다.

수많은 넘어짐 끝에 결국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영화 <스포트라이트>였다.

싸구려 노래 가사 가끔씩 글을 쓰며,

라는 말을 떠올리면, 너는 어느 노래의 어느 부분이 떠오르니?
무엇을 떠올리든 네 자유야.
결국 그 틀에 갇혀 사는 건 네 운명이고.
가끔은 거지같고, 마음은 킨포크인데 현실은 다이소인 순간들이 잦아져도, 네 자유야.
네가 선택한 거야.
그리고 후회하는 게 그렇게도 싫다는 사람들은 늘 후회하며 살더라.
사람은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에 갇혀.
네 자유야.
갇히는 것도, 벗어나는 것도 네 자유야.
어떤 것들은 신에게 맡기고, 그 나머지 것들은 네 자유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하잖아. 나는 수도 없이 반복해서 네게 주절주절 긴 문장들로 몇 번이고 설명했어.
그건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
나 힘들어, 힘들어서 또 힘들어.
그런데 이런 말은 어디로 흩어지니? 만약 흩어지는 공간이 어딘지 정확히 짚어내도, 언제 다 주워 담아서 맞춰 나가니?
어렸을 때는 퍼즐을 좋아했어. 맞춰 나가는 과정이, 어린 나에겐 재미있는 시간이었나봐.
그나저나 나는 아직 어린데, 맞춰 나가는 과정에 질려버렸어.
이거 슬픈 일일까?
슬프다고 해야하는 건지, 자연스럽다고 해야하는 건지. 뭐든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분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기로 했는데 요즘은 정확한 정의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잦았어.
다 내맡기기로 했어. 내버린다고 해야할까?
내맡기든, 내버리든 내 자유잖아.
내 자유야.
내 문장은 하나 하나 소중해. 다 의미가 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가끔씩 글을 쓰며,

일본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신문에 나고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 내가 결심을 단단하게 했어요. 아니다. 이거는 바로 잡아야 한다.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그래서 내가 나오게 되었소.

······

내 팔을 끌고 이리 따라오라고. 따라간다고 하겠어요? 무서우니까 안 갈려고 반항을 하니까 발길로 차면서 내 말을 잘 들으면 너는 살 것이고 내 말에 반항하면 너는 여기서 죽는 거야. 죽고. 결국은 그야말로 참 계집애가 이 꽉 물고 강간을 당하는······ 그 참혹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못다 하겠어. 이때 이것은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 하고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 故 김학순 할머니(1924~97)의 증언 중에서

무너져가는 벽을 타다 내려가다 보면 숨어들 수 있는 구멍이 있단다. 가끔씩 글을 쓰며,



8월의 문장들

1. 몸은 뜨거워졌는데, 뇌는 차가워진 기분이다. 알 수 없는 온도차에 늘어놓는 어구란,
귓가에서 계속 반복되는 노랫소리.
혼자 돌아가는 회전문.
무심코 내뱉은 싫은 소리. “네가 미워.”
‘좋은 말이 필요하다’고 썼는데,

2. “잘할 거예요. 지금 이만큼 왔잖아요.”
보물같은 말을 듣고 말았다.
삶의 우연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었나?

3. 꾹, 꾹 눌러담아도 내 마음이 삐져나오는 나날들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살짝 지친다. 아니, 내가 이렇게나 널 알 수 없이 사랑한다고? 도대체가 사랑을 정의할 수가 없던 시간들이 그렇게도 길었는데 내가 널 저렇게나 사랑할 수 있다고? 몇 번을 되묻는다. 몇 번씩, 하루에도.

4. 네 경멸 가득한 시선이 내게로 향할 때, 나는 몇 번이나 부서졌어. 그래도 언제든 다시 일어나서 조각을 맞추고, 어떻게든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 의미로 나는 너의 자랑이야. 네가 날 부숴놓아도, 나는 다시 여러가지의 방법으로 일어날거야. 너는 애초부터 날 망가지게 할 수 없는 거야, 애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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