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생각 가끔씩 글을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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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의미겠다.
의미를 만드는 일은 그간 너무 힘이 들었던 일이라,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지만은 그래도 계속해서 도전할 가치가 있다. 
나에게 있어, 아니면 적어도 세상에 의미가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1
정작 해야 할 말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쌓여있는 모습은 정갈하지 못하여 위태롭다.
차마 내뱉을 수가 없고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지조차 모르는 요즈음에 
쓰러질 것 같지만 그래도 간신히 버티는 것은 유머의 힘이려나. 
불투명한 것들을 투명하게 만드는 힘이 어디엔가 존재는 한다. 
오만하고 게으른 내가 도무지 인정을 못할 뿐이지.
2
세상에는 불편한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마저도 불편함이 되어버려,
사실 삶 자체가 불편함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아직 그런 불편함들을 숨기기에 무뎌진 사람이 아닌갑다. 
나는 모든걸 열심히 그리고 완벽히 해내려는 천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마음 속 깊은 곳에 염세가 너무 짙게 자리하고 있어서 그 둘이 부딪힐 때마다 어쩔 줄을 모르겠다. 
세상엔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가치, 너무 많은 직업이 있어서 뭔가를 좇는다는 게 굉장히 허망하게 혹은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을 쉬는 주말에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가끔씩 글을 쓰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꼭 데미안의 구절처럼, 내가 나에 대해 싫어하는 혹은 좋아하는 부분을 많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어가, 문장이, 한 편의 이야기가 자꾸만 엉키게 되는 바람에 
그냥 소설로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어디에 아카이빙을 할 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항거, 고아성, 김새벽 그리고 김예은. 영화도 보고,

제목을 쓰는 순간,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이 벅차다. 
같은 학교 평범한 학우로 마주쳤던 고아성 배우, 초행에서 꼭 나처럼 느껴졌던 김새벽 배우와, 여린 무심함이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김예은 배우.
그들이 모두 함께 나오는 이 영화의 제목은 <항거>이다. 

"우린 개구리가 아니다." 
개구리가 아닌 조선인들이 마치 개구리처럼 살아간다. 당연한 만세를 부르면 칼과 총으로 목소리를 빼앗기고, 간수가 다가와 소리를 지르면 입을 닫아야 하며, 죄를 짓지 않아도 우물과 같은 좁은 방에 갇혀 벌을 받는다. 
그렇게 좁은 감옥 안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다리가 붓지 않도록 억지로 걷고 걷는다. 

"조선인은 조선말을 써." 라는 유관순의 말이 맴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한국어로 글을 쓰며 말을 한다. 내 나라의 내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매년 넘겨왔다는 것, 삼일절에만 태극기를 걸고 금세 잊기를 반복했다는 것. 한없이 죄스럽다. 
일본인 간수장은 우리나라를 나태와 분열의 상징으로 이야기하였지만(그건 너네겠지.), 아리랑 하나로 대한, 독립, 만세. 라는 세 단어 하나로 감옥에서도, 그 밖에서도 하나로 뭉치는 우리 민족을 흑백의 스크린으로 바라보며 많이도 부끄러웠다. 
차이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세를 부른 그들을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도 존재하는 차이와 차별을 위해 나는 '이딴 짓'이라도 해야할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감히 내가 글로, 말로 옮길 수 없는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매년 잊지 않고 기려야만 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듯이. 
'그저 살아남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뿐인 목숨을 내가 바라는 것에 마음껏 쓰는 것이 자유'이듯이. 

기계처럼 만세를 부르고, 영웅처럼 사라져간 위인 유관순이 아니라,
인간 유관순의 고민, 고통, 불안, 무너짐에 대해 비춰주고, 그들 곁에 함께했던 기록된, 혹은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오늘 하루 깊이 기억해본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씨네 21의 김예은 배우의 인터뷰를 추가한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고 싶나.
김예은_ 
대외적으로는 강인하지만, 한명의 사람으로서는 흔들릴 수도, 두려워할 수도 있는 여성 인물을 많이 만나고 싶다. (...)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아직 한국영화계에서는 여성 캐릭터에게 요구하는 결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전형성에 머무르지 않는 다양한 상(像)을 제안받고 싶다.

그녀의 말처럼 다양한 결의 여성 캐릭터가 한 방에 모여 가슴 저리는 연대를 보여준 <항거>는, 내 마음 속에서도 오래 남아있을 예정이다.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 에밀 아자르 책도 읽고,

한 때는 꽤나 친했던 선배가 빌려주었던 책이라 우울하고 버거워도 꾸역 꾸역 참아가며 읽은 책이었다. 
자기 앞의 생. 
제목부터 무게 있는 시작을 알리던 이 책은 문장 하나 하나 힘들었다. 
어쨌든 결국 끝장이 나버리는 시절과 지나가버리는 고통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읽은 책이다. 


69쪽 
"그 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감정엔 이유가 없다. 그만큼 중독적이고 치명적인 그 어둠(두려움, 무서움, 불안함, 우울함)은 그래서 그렇게 무섭고 멀어져야만 하는 존재이다. 
어쨌든 참 솔직한 구절. 

72쪽 
그러니까 그런 아이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어떤 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고, 

77쪽 
아줌마는 (...) 항상 그 대목에서 멈추고 "그 시절은 그렇게 끝장이 나고 말았단다."라며 미소지었다. 그래도 그 때가 아줌마에게는 정말 좋은 시절이었나보다. 

좋은 시절은 결국 끝장이 나버린다.
그만큼 나쁜 시절도 결국 끝장이 나버릴 걸. 그 끝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지는 우리 몫일걸.

83쪽
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나 겁이 났다. 

100쪽 
내가 뭐 남 좋자고 사는 것도 아니고, 내겐 로자 아줌마만으로도 벅찼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겪어본 후에야 그 놈의 행복이라는 걸 겪어볼 생각이다. 

가장 가슴아프던 구절. 아냐, 넌 너 좋자고 살아야 돼. 남으로 인해 벅차거나 행복을 뒤로 미루면 안 돼.

112쪽 
사실 나는 이상한 일이라는 것을 별로 믿지 않는다. 일들이란 게 알고보면 다 그렇고 그런 것이어서 별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대하고 신기한 일도, 멀리서 바라보면, 혹은 나중에 바라보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 '별 거 아닌' 것이 '별 것'인 순간들이 많다. 그럼에도. 

116쪽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대단한 문장.

245쪽 
나는 누군가를 인질로 붙잡아 죽이는 것 말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었다. 세상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247쪽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산다는 것에 대해 도대체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250쪽
뭔가가 목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꿀꺽 삼키고 나는 서둘러 그 곳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나와는 번지수가 다른 곳이었다. 

263쪽
"너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어. 아가야, 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하고 있는거야."
"난 선생님의 아가가 아니에요. 나는 아이가 아니라고요."
(...) "내가 불쌍한 사람들 얘기를 쓸 때는 누굴 죽이지 않고도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다 쓸거예요. 그건 누굴 죽이는 것과 같은 힘이 있대요."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떠오르는 구절이었다. 어쩌면 글로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는 지루하고 잔인하기 그지 없는 행위일지 모른다. 
그리고 아이라는 존재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우구우구, 우쭈쭈'의 존재라기보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근원적인 존재일지 몰라.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대화할 때 가장 재미있다. 그것이야말로 대화이다. 

285쪽 
미토르니히 조르겐.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 

292쪽 
이 말을 하고 있는 지금도, 아무리 고생을 많이 했노라 자부해도 사람에겐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307쪽
사랑해야 한다. 

그래, 모든 시절은 지나간다. 
이유 같은 것도 물을 필요 없이, 나는 그냥 문장을 반복한다. 
반복하고 반복한다.
이런 책이었구나. 
어쨌든 세상을 원망할 것 없다. 사랑해야 한다.


성석제, <위풍당당> 책도 읽고,

물고기들 어항을 갈아주다가, 한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p. 10

물 속의 물고기는 사실 늘 배가 고픈 상태이다.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별 영양가 없는 먹이라도 일단 먹어둬야 살아갈 수 있다.
낚싯바늘에 달린 지렁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하더라도 먹어야 산다는 절대명제의 명령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지 않고서야 노인 같은 초짜 낚시꾼에게 잡힐리가 없다. 

알면서도 넘어가는, 그렇게 흘러가는 정신 승리가 유일한 답인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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