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7 22:29

'어둠 속의 빚쟁이처럼' 혼자만 볼 수 있는 일기도 쓰며,


재빨리 해치우려고 하는 것들은 대개 수포로 돌아간다. 그래서 실패한 일들이 현재 내 주위에는 수두룩하며, 무시해보려고 팔로 밀어버리고 발로 차버려도 금세 다시 내 앞에 모여 거대한 벽이라도 만들어 댄다. 세워지는 벽들 앞에 나는 그냥 주저앉곤 하는데, 이상하게 주저앉아 버리면 조용히 사라진다. 오늘 급히 반납해버린 시집에 있던 표현이 생각난다. '어둠 속의 빚쟁이처럼.' 의기양양하거나 자신감이 넘칠 땐 무조건 실패했던 일들이 머릿 속에 '어둠 속의 빚쟁이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내게는 그런 것들이 허락되지 않은 양 말이다. 뭐, 상관없어. 나는 어차피 그럴 일이 별로 없을테니.
1
어쩔땐 말과 글을 뱉다가도 두렵다. 아, 이러다가 정말 굳어버리려나. 그러면 억지로라도 이 마이너스의 때들을 벗겨내야 한다. 마치 파라핀 용액처럼 조금만 닿아도 하나의 껍질이 생겨나는 것처럼 말이다, 마이너스의 때들은
무서운 것이다. 게다가 그 껍질은 일단 생기고 나면 편안하다.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나 자기 연민, 그리고 자의식 과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다. 그건 너무 쉽다.
2
'그래두, 고마워.'
그래도도 아닌 그래두를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그 사람은 정확히 콤마와 마침표를 지켜냈다. 그 정확함 속에는 세상 누구에게나 이로울 다정함이 잔잔히 담겨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중얼거림을 들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기쁨을 주워 듣는 하루.
3
근데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나? 아니,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은 정말 잘 될 것이다. 살짝은 거짓말일지 몰라도.
4
그러나 어쩔 때는 거짓말이 진짯말 같고, 진짯말이 거짓말 같다. 그것은 지속성의 개념과 자주 연결되곤 한다. '너 그 순간엔 내 행복을 마음 깊이 진심으로 빌었다지만 지금은?' 그러니까 지속성이 없으면 모든 진실이 거짓이 되고 만다. 나는 지속성한테 늘 진다. 모든 건 거짓말일 때가 가끔은 있다. 우리 모두 무엇 없이도, 무엇과 함께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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